- 김용숙 초대전을 보고
50여년 인생, 우리나라에서 절반 외국에서 절반을 산 것 같다.
작품에 나타난 인물을 보면 하나 같이 얼굴을 뚜렷하게 그리지 않았는데 한국인이라고도, 미국인이라고도 확신할 수 없는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얼굴을 자세하게 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낸 것 같다.
사람 몸을 모두 회색으로 그린 것은 우리나라에 오면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이방인으로 간주되고 미국가면 한국에서 온 이방인으로 간주되는 흑과 백 어느 한 쪽에 확실하게 속하지 못하고 회색분자로 대접 받는 상황을 표현한 것 같다.
이것은 자기 자신만의 자화상을 넘어 숨 가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속에서 무엇인지도 모른 체 쫏고 쫒기며 빠르게 개성을 잃고 자기 얼굴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똑같은 얼굴을 갖게 되었고 머릿속에 든 생각까지도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아 조작하여 심어 준 생각을 자기 자신의 생각 이라고 착각하며 정체성을 잃어버린고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.
외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집안에서조차 외국생활을 하고 있으니 우리 말로 뿌리에 대한 그리움을 속 시원하게 나눌 누가 있겠는가.
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외로워 할까봐 많이 껴안아 준다지만 사실은 미국 시골에서 오래 살면서 자기 작은 몸에 단단히 쌓인 자신의 외로움을 꼭 껴안아 주는 것이 아닐까.
낯선 곳에 가서 살면서 적응한 뒤 그 전에 살던 곳이 그리워 찾아오면 그 살던 곳이 다시 낯선 곳이 되어 버린 삶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.
무엇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외로움, 그 서러움, 그 그리움 그대가 흘린 눈물의 뜻을 세월은 안다.
2104.01.03 갤러리 신상
작가 신재선